더스틴 카터. 열여덟 살의 그는 42승 4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레슬링 유망주다. 더스틴은 2008년 2월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대표선수권 8강전에서 분투 끝에 패배했지만 관중들에게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패배했지만 그는 이미 영웅이었다. 더스틴은 5살 때 혈류에 박테리아가 감염되는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다. 병원에 실려갔을 때 이미 열이 40도가 넘었고 의료진은 그를 세번이나 다시 살려야 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두 팔의 일부와 다리를 잘라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TV나 보던 그가 레슬링을 접했다. 레슬링은 그의 삶의 전부가 됐다. 형을 따라서 시작한 레슬링. 그는 곧 레슬링에 빠져들었고 주 대표 선수라는 목표를 세웠다. 등에 20kg을 진 채 턱걸이를 스무 개나 하고, 역도까지 하는 그의 격렬한 트레이닝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완전한 신체로 일반인과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몸을 단련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달리기 대신 수영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를 던지는 것도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한다. 두 팔로 펜을 잡고 글씨도 능숙하게 쓰고, 계단도 미끄러지듯이 쉽게 내려온다. 두 팔과 엉덩이를 이용해 뛰어다닐 수도 있다. 마당에서 아이들과 풋볼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더스틴의 주위에는 그를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늘 그의 편이 돼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해준 아버지, 그가 한사람의 레슬러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훈련을 도와준 코치들, 장애인이 아니라 그저 ‘더스틴’으로 대해 준 친구들과 미녀 여자친구 매리디스, 그리고 레슬링 코치로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매리디스의 아버지까지. 지금의 더스틴이 존재하기까지에는 그들의 힘이 컸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불행과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부분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질문에 빠진다. 그러나 더스틴은 신을 원망하지 않으며,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 더스틴의 희망이야기는 22일 오후 8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이미혜 macondo@newsen.com